예수님 운명하신 날은 언제인가 – 유월절 날짜 논쟁

‘예수님 운명하신 날 = 유월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수님께서 유월절에 희생되던 어린양의 실체이시므로 유월절에 운명하시는 게 옳다는 해석부터, 요한복음의 여러 구절들을 통해 유월절에 예수님께서 운명하신 게 역사적으로도 증명된다는 주장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수님께서 운명하신 날유월절 다음날이 맞다. 오늘은 예수님 운명하신 날이 유월절이라는 주장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또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시간을 가져보자.

예수님 운명하신 날 = 유월절 당일?

이러한 주장을 하는 자들은 어떤 논리를 펼치는지 알아보고 각 논리마다 숨겨진 허점을 파악해보겠다.

1. 예수님은 유월절 제물의 실체

우선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장은 예수님께서 유월절 어린양의 실체로써 운명하셨다는 것이다. 이것은 맞는 말이다. 사도 바울 역시 유월절 어린양으로 희생되신 예수님을 기리며 유월절을 지켜야 한다고 편지를 썼다(고린도전서 5:7~8). 이렇다 보니 “유월절 어린양이 유월절에 죽는 게 당연하듯, 유월절 어린양의 실체이신 예수님도 유월절에 운명하시는 게 성경적이다!”라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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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예수님께서 유월절 어린양의 실체이심은 분명하다.

2. 역사적 근거

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요한복음의 기록이다.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가지신 날을 유월절 전날로, 운명하신 날을 유월절로 보이게끔 묘사하고 있다. 아래의 구절들을 보자.

요한복음 13:1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이처럼 예수님께서 성만찬을 집전하신 날은 유월절 전날이고

요한복음 18:39~40, 19:14~16 “유월절이면 내가 너희에게 한 사람을 놓아 주는 전례가 있으니 … 저희가 또 소리질러 가로되 이 사람이 아니라 바라바라 하니 바라바는 강도러라 … 이 날은 유월절의 예비일이요 때는 제 육시라 … 이에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히게 저희에게 넘겨주니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운명하신 날은, 죄수 한 사람을 놓아주는 전례가 있었던 유월절 당일이라는 것이다.

3. 만찬석에서 드신 떡은 ‘유교병’

더불어 예수님께서 드신 성만찬이 유월절이었다면 ‘무교병’을 드셔야 하는데, 헬라 원어를 살펴보면 이때 드신 떡은 무교병을 뜻하는 ‘아쥐모스(ἄζυμος)’ 대신 유교병을 뜻하는 ‘아르토스(ἄρτος)’라 기록되어 있다고도 첨언한다. 성경의 예언과 역사적 근거 그리고 헬라 원어까지 결합되니 그야말로 철벽의 논리가 완성된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잘 짜맞춘 거짓말에도 허점은 있기 마련. 이제 그 철벽의 논리를 무너뜨리는 진실의 힘을 보여드리겠다.

예수님 운명하신 날 = 유월절 다음날

1. 예수님은 구약 때 사용된 모든 제물의 실체

우선 예수님께서 유월절 제물의 실체이시기에 유월절에 운명하셔야 한다는 전제부터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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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형(렘브란트 作). 십자가 희생은 유월절뿐 아니라 구약시대 모든 제물에 대한 예언 성취다.

예수님은 유월절 제물뿐 아니라 구약 때 사용된 모든 제물의 실체가 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대속죄일 제물의 실체도 되시고(레위기 16:27~34, 히브리서 13:10~12 비교), 초실절에 드려진 첫 이삭의 실체도 되시고(레위기 23:10~11, 고린도전서 15:20 비교), 심지어 안식일과 매일 드리는 상번제 제물도 되셨다. 예수님께서 유월절 제물의 실체이시니 유월절에 운명하셔야 한다면 초실절의 제물도 되시니 부활하셔서도 십자가에 달리셔야 하고, 이후 몇 달 뒤에 오는 대속죄일에도 십자가에 달리셔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만약 이러한 논리가 억지라고 생각한다면 유월절 제물로써 십자가에 달리시는 것과 대속죄일 제물로써 십자가에 달리시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부터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설명할 수 있을까? 절대 없다. 앞서 밝혔듯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은 유월절의 예언 성취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 역사적 근거는 중의적 해석의 허점을 노린 거짓 주장

2-1. ‘유월절 전날’이 꼭 ‘어제’만 가리키는가?

또한 예수님 운명하신 날이 유월절 당일임을 증명한다는 성경 속 기록들 역시 조금만 유심히 보면 허점이 드러난다. 위에서 인용한 요한복음 13장 1절의 “유월절 전에”라는 표현은 ‘유월절 전날’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만 ‘유월절 직전’으로 받아들여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한글 번역본들도 이 표현에 대해 제각각의 견해를 취한다.

쉬운성경, 요한복음 13:1 “유월절 바로 전에, 예수님께서는 … “
현대인의성경, 요한복음 13:1 “유월절 전날이었다. 예수님은 … “
공동번역, 요한복음 13:1 “과월절을 하루 앞두고 예수께서는 … “
새번역, 요한복음 13:1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는 … “

왜 이렇게 한 날짜에 대한 번역이 일관되지 못할까? 그 이유는 헬라 원어에서부터 애매한 표현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표정
아니 이게 무슨 소리…?

헬라 원어에서 해당 구절은 프로 데 티스 에오르티스(προ δε της εορτης)라고 시작하는데, 이는 ‘유월절 전에’라는 의미다. 또한 여기서 ‘프로(προ)’라는 단어는 영어의 ‘Before’와 유사한 단어로 ‘~전에’라는 뜻을 갖는다. 영어의 Before는 어제를 의미할 수도 있지만 바로 직전을 가리킬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헬라어의 ‘프로(προ)’도 가리킬 수 있는 과거의 시간대가 상당히 광범위하다. 그래서 한글 번역도 여러 형태로 나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요한복음 13장 1절을 인용하여 예수님께서 성찬식을 가지신 날이 ‘무조건’ 유월절 전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

2-2. 사형 집행에 대한 유대인의 관습

더불어 요한복음 18장에 기록된 ‘유월절에 죄수를 놓아주는 관습’ 역시 그날이 유월절이었음을 방증하는 자료로 보기는 힘들다. 왜냐 하면 이후 곧바로 예수님께서 사형 언도를 받으셨는데, 이는 유월절에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 유대인의 풍습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사도 베드로의 경우도 투옥되었을 때 유월절 당일이었으므로 사형 집행을 곧장 당하지 않았고 유월절 다음날로 처형이 미뤄졌었다(사도행전 12:1~4 참조). 이처럼 유월절은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오히려 죄수 하나가 풀려나는 날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무교절은 애굽(이집트) 사람들의 시체를 장례 지낸 날에서 유래하였으므로 이날에 유대인들은 죄수를 처형시키는 관례를 가지고 있었다. 죄수를 풀어준 그날에 사형 집행까지 이루어졌으므로 이날을 유월절로 보는 건 무리라는 뜻이다.

2-3. 유월절 예비일이 아니라 유월절’의’ 예비일

또한 ‘유월절의 예비일’이라는 표현에도 어폐가 있는데, 예수님 운명하신 날을 유월절로 주장하는 자들은 은근히 문장 속의 ‘의’를 빼서 ‘유월절 예비일’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성경에서는 예수님 운명하신 날이 ‘유월절의 예비일’임과 동시에 ‘안식일의 예비일’도 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헬라 원어 성경에서는 ‘예비일’이라는 표현을 ‘파라스큐에(παρασκευη)’라고 표기했는데, 이 단어는 본디 안식일의 예비일을 가리키는 단어로서 ‘금요일’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요한복음 19:14~31 “이날은 유월절의 예비일(파라스큐에)이요 때는 제 육시라 … 이에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히게 저희에게 넘겨주니라 …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 가라사대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시고 영혼이 돌아가시니라 이날은 예비일(파라스큐에)이라”

다시 말해 유월절 전날이 아니라 ‘유월절 주간에 맞이한 안식일 예비일(금요일)’이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부분도 배경지식 없이 훌렁훌렁 살핀다면 오해하기 쉬운지라 번역본들의 표현이 서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쉬운성경, 요한복음 19:14 “때는 유월절 주간예비일이었고”
NIV, 요한복음 19:14 “It was the day of Preparation of Passover Week
공동번역, 요한복음 19:14 “그 날은 과월절 준비일이었고”
현대인의성경, 요한복음 19:14 “그 날은 유월절 전날이었으며”

덧붙이자면 유대인의 유월절 기간은 7~8일이고 이때 먹는 음식인 무교병은 모두 ‘유월절 음식’이라고 불렀다. 그에 대한 방증으로 오늘날의 유대인들도 7~8일간 지키며 먹는 음식들을 모두 ‘유월절 음식’이라 부르고 있다12. 그러므로 ‘유월절 주간’이라는 표현도 성경에 어긋나지 않으며 예수님 운명하신 날이 유월절 당일이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확실히 증명되었다.

만찬석에서 드신 떡은 무교병이다

앞서 예수님께서 성만찬 때 드신 떡이 헬라 원어로 ‘아르토스(ἄρτος)’라 기록되어 있다고 하였는데, 한 가지만 생각해보고 넘어가자. 예수님 운명하신 날이 유월절이라 주장하는 자들은 왜 ‘유월절의 예비일’을 설명할 때는 그토록 좋아하는 헬라 원어를 인용하지 않았을까?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만 원서를 인용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교묘히 자신들에게 유리한 번역본만을 차용하고 있음을 알아야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아르토스(ἄρτος)’는 유교병뿐 아니라 무교병이란 뜻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레위기 24:5 “너는 고운 가루를 취하여 떡(아르토스) 열 둘을 굽되 … 한 줄에 여섯씩 진설하고”

민수기 4:7 “또 항상 진설하는 떡(아르토이ἄρτοι, 아르토스의 복수형)을 그 위에 두고”

잘 모를까 하여 덧붙이자면 구약 때 하나님께 제물로 드리던 떡에는 누룩을 넣을 수 없었다(레위기 2:11). 그러므로 위에 제시된 ‘아르토스’는 모두 무교병을 가리킨다. 게다가 이 ‘아르토스’는 만나를 가리킬 때도 사용된다.

출애굽기 16:14~15 “광야 지면에 작고 둥글며 서리 같이 세미한 것이 있는지라 …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이는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주어 먹게 하신 양식(아르토스)이라”

만나
만나 모으기(자메 티소트 作). 만나에 누룩이 들어갔는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물어봐야 할까?

아르토스가 유교병을 가리키는 것은 맞지만, 그 외에도 무교병을 비롯한 빵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먹는 양식까지도 가리키는 광범위한 단어임을 확인해보았다. 예수님께서 드신 떡(아르토스)을 유교병으로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결론

예수님께서 운명하신 날을 정확히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우리에게 구원과 죄 사함의 축복을 주신 유월절이 언제인지 아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할 것도 없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가지신 성만찬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분명하게 일러주셨다. 이 구절을 끝으로 예수님 운명하신 날 관련한 논쟁이 멈추기를 바란다.

누가복음 22:14~15 “때가 이르매 예수께서 사도들과 함께 앉으사 이르시되 내가 고난을 받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유월절 먹기를 원하고 원하였노라”

  1. “유월절 7일 동안 유대인들은 무교병만을 먹어야 합니다.” (고린도전서 강해, 김세윤 저, 두란노아카데미, 2008.10.28.)
  2. “유월절 고기를 먹는 규정과 함께 제시된 것은 무교병과 쓴 나물을 먹는 것이었다. 이런 음식은 명절 기간 동안 계속 지켜야 했으며” (구약 절기에 대한 유대교의 해석과 절기 준수, 권혁승, 두란노, 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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